2007년 04월 18일
상처는 무작정 감추는 것이 아니라 돌봐야한다.
'넌 아직 어려서 잘 몰라.'
'넌 아직 어려서 하지 못해.'
여러분은 위와 같은 말을 들어보셨나요?
전 예전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나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였습니다.
내가 모르는 어른들의 앎,
내가 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행동이
알고 싶고 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거기에 관련하여 포스팅도 여러 번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른이라는 것이
단순히 세월이 지나 나이를 먹어가니 되어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현재 20살이 넘어 선거도 할 수 있고,
술도 마실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지만,
위의 얘기를 횟수만 줄었을 뿐 여전히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한지 알아보았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은 '상처'라는 말을 하더군요.
세월의 풍파에 맞서 얻은 수 많은 깊고 쓰라린 상처.
그것이 진정 어른으로 성장한다고 말하셨습니다.
그 분들의 강한 상처를 보면 저는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이더군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난 아직 상처가 없어. 그래서 더욱 상처를 내야 해.'
그렇게 몇 년을 살아오다가 어느 날
차 안에서 들려오는 노래 가사 하나가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쓰라린 사연하나 가슴에 없으면서 어찌 인생을 안다하겠니' - 눈물젖은 빵
해당 가사를 듣자마자 저는 고민하였습니다.
'내가 책을 읽고 여러 경험을 하면서
인생을 아는 것처럼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쓰라린 사연 하나 없는 내가 블로그에 글을 올릴 수 있는걸까?'
그러면서 문득 전에 본 글 하나도 떠올랐습니다.
'진리를 얻기 위해서는 사랑을 해야 하는데,
나는 그것도 하지 못하였다.
그러면서 진리를 찾으려고 하니 우습지 않은가?'
그 때 그렇게 고민하였지만,
질문 자체도 모호하고 복잡하기만 해서 답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제 글 하나를 보았습니다.
위 글은 좋은 글입니다.
살아가는 것을 힘들어 하는 분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글이지요.
하지만 저에게는 위에 했던 고민들이 떠오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상처없는 새가 어디있느냐?라는 질문에
나도 거기에 포함이 될까?
지금까지 나를 '상처없는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나도 실은 상처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저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눈물이 나오더군요.
그간 숨겨졌던 상처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듯 싶었습니다.
원하는 대학에 떨어졌던 일.
수능 점수가 하락한 일.
홀로 외로웠던 일.
다른 사람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일.
여러 일들이 생각나고 그 때의 고통이 생각났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이상을 모니터 앞에서
눈물 흘리고 닦아내고를 반복하다가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일어나니 무엇인가를 알 듯 싶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상처가 생겨도 다른 사람의 상처와 비교해서
언제나 작다 혹은 초라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상처를 감추었던거야.
그래서 상처가 없다고 생각했던거야.
하지만 있었어.
감추고 감추었지만 없어진 것은 아니었어.
사라진 것은 아니었어.
그것이 어제 돌아보면서 확실히 알 수 있었어.
이제 난 상처를 날개 속에 감추려고 하지 않고,
상처를 핥아 보살펴주어야겠어.
핥아서 따갑더라도 계속 핥아서 아물게 해야해.
그렇게 나 자신의 아픈 상처를 보살핀다면
언젠가 남의 상처도 보살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바라던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 나서 다리에 서서 강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어제의 나는 이 다리를 건넜어.
오늘의 나도 이 다리를 건너고 있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분명 다른거지?'
전에 이와 관련하여 글을 적었는데,
오늘 확실히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글을 소개해주신 Mizar씨와
따뜻한 격려의 덧글을 달아주신
파인, Laputian, 럭셜청풍씨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도 우울한 마음에 잠겨 있을 때 제가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 by | 2007/04/18 11:35 | in Oath | 트랙백 | 핑백(2)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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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에..... 흐음.. -_-
암튼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느김.. (...)
다른 느낌이라니 레무네아씨의 느낌이 궁금하네요.^^
하지만 애써 어른이 되려고 하지않아도,
애써 상처의 유무를 확인하지 않아도,
그리고 또 애써 상처를 만들려고 하지 않더라도
어른이라는 것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만들어주는 겁니다.^^
반갑습니다.
어른이라는 것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세월이 만들어주는 것이군요.
전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 억지로 노력하였고,
그것때문에 놓치고 만 것이 생겼던 것입니다.^^
느긋하게 기다릴 줄도 아는 센스(?)가 필요한 시점이군요.^^
덧글 고맙습니다.
혼자 남모르게 베게 적신적도 많고..
술먹고 애들 앞에서 미친듯 울면서 울지 않으려고 애써 웃어본적도 많고..
다들 그러면서 살아간다고 하지만 상처 하나하나를 자각할때마다 참 힘들더군요.
힘내시고~~일어서서 또 걸어봐요 ^^
네.. 상처 하나하를 자각할때마다 참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상처를 돌아본다는 것은 어쩌면 무관심했던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네.. 저는 힘 냈습니다.
cReep씨도 힘내시고 걸어봅시다.^^
그리고 작은 이야기로부터 좋은 생각을 이끌어내신 NoSyu님께 항상 행복한 일이 가득하셨으면 합니다..
좋은 생각은 좋은 글이 있어야지 가능하지요.
좋은 글 올려주신 Mizar씨에게도 항상 좋은 일이 가득하시기를....
메일 보냈습니다~
잘 다독이세요.
토닥토닥...
(아이는 상처를 껴안고 현실로 잘 돌아가지 못하지요.)
그런 면에서 저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종종..
그렇군요.
상처를 다스리고 현실로 돌아간다라....
저도 아직 많이 멀었습니다.OTL...
이것만으로도 50%는 도달한 겁니다.
최근의 깨달음이랄까요?(뭔가 건방져보이지만)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말이군요.
전 아직 그 깨달음을 얻지 못해 50%인지 10%인지도 모르겠습니다.OTL...
50%이군요...
이제 남은 50%를 향해 나가야겠네요.^^
어떤 신전에 적힌 글인데, 소크라테스 철학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인용되다가
소크라테스 말로 잘못 알려졌다고 하네요. 지식 정정 겸 적습니다.
덧붙여서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라 해라'라는 앙뚜와네뜨의 유명한 발언도,
동아일보에 따르면(인터넷 검색) 실은 앙뚜와네뜨 결혼 이전의 어떤 공주와 관련된 일화라고 하네요.
루소의 저작 중에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말을 인용한 의도는 자기 자신을 파악하라는 의도가 아니라
(그랬으면 저는 아직도 출발점)
내 현실 상황이 이렇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 것, 그 자체로 절반은 성공이라는 의도였습니다.
적절한 예는 아니지만,
자꾸 배가 부른데 왜 부른지는 모르다가, 아침에 밥 3공기(...), 점심에 밥 3공기(...), 저녁에 밥 3공기(...)를 먹어서 그렇구나 하는 것은 어느날 갑자기 깨달았을 때, 문제의 절반은 해결되었다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고보니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얘기의 신뢰도가 그리 높지 못해서 아직 완전히 고치지 않았습니다.;;;;
앙두와네뜨의 발언도 그러하였군요.;;
현실상황을 깨닫는다라...
과연 그렇군요.^^